2013년 10월 31일 목요일

도그마에 관하여

---작곡가에게, 도그마에 빠진다는 건 어떤 모습을 말하는 건가요?

신동훈 : 가령 현대 독일음악에 소위 ‘패거리’가 있어요. 라헨만과 그 무리들이요. “소음으로 음악을 쌓아나가는 것만이 진정한 음악이다”라고 생각하는 건 일종의 도그마죠. 물론 라헨만은 대단한 작곡가이지만, 라헨만보다 좋은 작곡가가 그쪽에서 나오지 않잖아요.

---반대로, 도그마에 빠져 있지 않은 모습은 어떤 건가요?

신동훈 : 작곡을 함에도 여러 가지 당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떤 그룹의 당위나 패거리의 당위가 있는 게 아니라 각자 개인의 당위가 있는 거죠. 왜 음악을 하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서 음악을 하는지, 그러한 개인의 당위를 따르는 게 도그마에 빠지지 않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최우정 : 그게 바로 도그마에 빠져버리는 것 아닌가? 도그마를 여러 개 가지면 도그마에 빠지지 않아요. 도그마를 여러 개 가지거나, 아니면 도그마를 모르거나.

신동훈 : (인터뷰 후 신동훈은 ‘개인의 당위’ 문제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았다며 이메일로 정리된 글을 보냈다) 제가 말한 ‘개인의 당위’란 영속적이며 절대적인 당위는 아닌 것 같고, 시간이 흘러가며 변화하는, 즉 쓰고 싶은 걸 쓰는 일종의 용기와 솔직함이 아닐까 싶어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뒤 몇몇 곡을 쓰면서 저 자신의 곡이 너무 관습적인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에 사로잡혔고,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실험을 해보고자 고민하던 차에 ‘팝업’을 쓰게 된 것입니다. 제가 저에게 익숙한 기술과 미적 가치에 집착했다면 ‘팝업’과 그 이후의 곡들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월간 『객석』 11월호 특집 중 통하는 사람들1. 최우정X신동훈. ☞월간객석 페이스북에서 퍼왔음.

저는 도그마가 그 자체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 영화 사조(?) 가운데 "도그마 95"라는 것도 있다잖아요? (이게 뭔지 모르시면: ☞클릭)

나쁜 것은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이지요. 제가 대학원 다닐 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얘기인데요, 아마 선생님도 이 얘기를 미국 유학하면서 들으셨지 싶습니다. 'D'로 시작하는 영어 단어를 늘어놓으면서 설명해 주셨거든요. Dogma, Doctrine, Disbelief, 또 뭐가 있더라… 구글 검색해도 안 나오는군요. 제 방을 잘 '발굴'하면 필기해 놓은 게 '출토'될 듯한데, 그게 엄두가 안 나서… 큼.

그러니까 불신(Disbelief)에서 도그마로 나아가는 일이 나쁜 것이고, 도그마에서 시작해 조금씩 의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무엇을 새로 배울 때에는 함부로 의심하지 말고 일단 믿으라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럴 때 마지막 단계는 '불신'(Disbelief)이 아니라 'Delight in Diversity'입니다. 다양성과 더불어 자유로워지기. 최우정 선생님 말씀과 맞아떨어지죠.

그리고 락헨만 '패거리'에 대한 김원철 의견: 세기의 황금귀가 고심해서 만든 음악 언어를 고만고만한 황금귀(?)가 흉내 내 봐야…

글 찾기

글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