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7일 일요일

'Schoeps MK4' 마이크를 사랑한 피아니스트 엘다 장기로프 (엘다 트리오 둘째날 공연)

☞ 엘다 장기로프 재즈 트리오, 어제 공연

둘째날 리허설… 어라?

북치고 앉아 있는 엘다. ^^

피아노 치는 드러머 페렌츠 네메스.
사실은 자기 악기 소리를 객석에서 들어보느라 이러고 있습니다.

이랬던 아르만도가…

나님도 피아노 치는 남자임.


그런데 이 사람들, 리허설 좀 하다가 객석에서 소리를 들어 보더니, 어제와는 다른 욕심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뭘 해달라 뭘 해달라 하더니, 결국 피아노 쪽 마이크를 바꿔 달라고. ^^

어제 썼던 피아노 마이크는 라발리에(Lavalier) 마이크, 일명 '핀 마이크'였고, 아마도 무지향성(Omnidirectional) 마이크였을 겁니다. 엘다 장기로프가 지향성(Cardioid) 마이크 없냐고 하다가, 드럼 쪽에 있던 마이크를 보더니 눈이 번쩍!

"저거요! 나도 숍스(Schoeps) 마이크 달아 줘요!"

유명한 마이크 브랜드 이름입니다. '쇱스'가 표준 외래어표기법에 맞을 텐데, 인터넷 검색해 보니 업계에서 '숍스'로 통하는 모양이네요.

두 사람 머리 쪽에 하나씩 있는 게 Schoeps MK4 마이크.
엘다가 이 마이크를 참 좋아한다네요. 이번에 음반 녹음하면서도 이걸 썼다고.

지향성 마이크란 특정 방향에서 오는 소리를 집중적으로 잡아내고, 다른 쪽에서 오는 소리는 적극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특성을 보이는 마이크를 말합니다. 이 사람들이 무대 세팅 등 기술적인 정보를 미리 줬더라면 음향감독님이 당연히 처음부터 지향성 마이크를 썼을 겁니다. 왜 그런지 설명하면 여러분이 머리를 쥐어뜯을까 봐 대략 생략.

첫날 공연 때 썼던 마이크는 아마도 피아노 소리를 가장 자연스럽게 잡아내는 마이크였을 겁니다. 그런데 엘다가 리버브(reverb) 효과를 걸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잘은 몰라도 마이크 특성이 그런 쪽에 가장 잘 어울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였는지, 첫날 공연 때 특히 여린 소리가 살짝 어색하다고 느꼈거든요. 음향감독님이 투덜거리면서 하시는 말씀이, 숍스 마이크로 바꿀까 생각했다가 어제 세팅을 다 해놔서 그냥 놔뒀더니 결국 막판에 바꾸게 됐다고. 그에 따르는 설정을 다 새로 하느라 이번에도 저녁을 못 드신…^^

마이크를 바꾸고 나니 피아노 음색이 극적으로 달라졌습니다. 더 직선적이고, 더 매끈하고, 더 반짝이고, 더 탱글탱글했습니다. 첫날 공연 때 피아노 소리와 견주면 더 '디지털스러운' 소리가 됐다고 할까요. 자연스러운 느낌은 많이 죽어버렸지만, 리버브 잔뜩 걸린 소리와는 기막히게 잘 어울렸습니다.

무엇보다 여린 음에서 숨 막히게 아름다운 소리가 났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엘다는 둘째날 공연 때 이른바 소토 보체(sotto voce)를 훨씬 자주 사용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첫날 공연 때 기계로 만들어낸 듯한 '에코' 효과를 엘다가 손가락만으로 만들어내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는데, 둘째 날은 첫날만큼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엘다가 잘못 연주했을 수도 있겠지만, 숍스 마이크가 만들어내는 소리에 부드러운 맛은 좀 없었던 탓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제가 무대음향 쪽으로 제대로 된 지식과 경험이 있지는 않아서 이거 다 헛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음향감독님이 이거 보시면 코웃음 치실지도. ^^;

엘다가 들고 있는 그림은 통영국제음악당 레스토랑 ☞ '뜨라토리아 델 아르테'에서 일하는 이슬 씨가 그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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