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6일 월요일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인터뷰

통영국제음악당 매거진 『Grand Wing』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뒤늦게 생각 나서 올립니다.


Q. 2011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했다. 무엇을 경험했고 무엇을 배웠는가?

이미 국제 콩쿠르는 많이 경험했던 차여서 많이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만 한국말로 진행이 되는 점이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던 개인적인 느낌이 기억에 남는다. 윤이상 작곡가의 곡을 처음으로 배우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Q. 그때 결선에서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관점이 지금에 와서 달라진 점이 있나? 이번 통영 공연에서 '그때와는 다를 테니 기대하시라' 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면?

곡에 대한 해석은 누구와 연주하는지, 최근의 음악적 경험이 무엇인지에 따라 항상 변화하는 것 같다. 다른 오케스트라, 그리고 다른 지휘자와 연주하게 되니 아마도 다른 느낌의 연주가 나오겠다고 예상할 수 있겠다. 2악장에 대한 생각이 주로 변화하는데, 깨끗하고 순수하게 연주할지, 조금 더 우는 느낌이 강하게 연주할 지가 언제나 헷갈리는 부분이다. 변덕스러운 편이라 어떻게 연주할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Q. 2014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때 얻은 특전이나 달라진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마음에 드나?

모든 것들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거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주목과 혜택을 받으며 음악인생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 아직도 황홀하다. 풀 시즌이 꽉 찰 정도로 많아진 연주들, 입상에 힘입어 시작하게 된 비영리 재단과 ‘앙코르 체임버 뮤직’이라는 캠프, 그리고 모교를 비롯한 두 학교로의 패컬티 임명까지…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모두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Q.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1683년 'ex-Gingold'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4년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전에 쓰던 과르네리 바이올린과 번갈아 사용하나? 차이콥스키 협주곡에는 어떤 악기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다. 나와 음악적 색깔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2위를 입상한 바이올리니스트 테사 라크(Tessa Lark)에게 양보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악기가 발사믹 소스를 가득 친 스테이크라면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흰 살 생선요리다. 내 연주를 들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조금 더 소리가 진한 과르네리가 나와 궁합이 더 잘 맞는다. 최근에는 나와 동갑인 델핀 프티장에게 활을 주문했는데, 나를 위해 특별히 맞춤 제작된 것이라 오래 전에 잃은 친구를 만난 듯 손에 착착 감겨서 연주하는 것이 아주 즐겁다.

Q. 커티스 음악원과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공부해본 경험으로 두 학교의 장단점을 비교하자면?

커티스는 나와 맞는 점이 많지 않았다(웃음). 1년도 안채우고 나왔으니까 말이다. 지식을 조금 더 강조하고, 동시에 연주 스타일이 개방적인 클리블랜드가 나와 훨씬 더 잘 맞았다. 나는 도제식 교육을 거부하는 편이다. 내가 이렇게 했으니까 그대로 따라 해보아, 라는 식의 가르침은 와 닿지 않는다. 되려 영감을 줄 수 있는 단어나 표현방식을 제시해 주면 그것을 해석하며 실험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클리블랜드에 계시던 폴 칸토르 선생님은 물음을 중시하고,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진지하게 답변해 주시던 인생의 유일한 선생님이었다.

Q. '선생님'으로서 학생을 지도하면서 자신이 배우는 것도 있을 것 같다. 연주자로서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가르치는 것은 정말이지 학생보다는 나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기본을 리마인드하고, 새로운 생각을 뽑아내기에 가르치는 것 보다 더 효과적인 방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Q.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른바 '중2병'에 관해 언급한 일이 있다. '증상'이 어떠했으며 어떤 계기로 극복할 수 있었나?

굳이 말하자면 클래식한 중2병이었다고나 할까. 매일 우울하고 미래가 어둡고 부정적이고 슬픈 음악만 듣는 등 전형적이었다. 부모님으로부터 금전적으로 독립해 보니 내 감상에 빠질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일을 미친 듯이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다 보니 점점 어른인 척 하는 스킬이 늘었다.

Q. 현재 단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좀 더 좋은 오케스트라와 하는 연주를 늘리는 것, 비영리 재단과 캠프가 잘 자리잡도록 하는 것, 학생들 인생을 망치지 않는것…. (하아) 어렵다.

Q. 연주자로서 자신의 장단점을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장점 위주로 자신을 평가하자면?

리듬에 담겨있는 음악적 언어를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선율보다는 리듬이 조금 더 원시적인 본능에 가까운 것 같은데, 그런 리듬의 느낌을 살리는 연주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좀더 관객과의 소통이 잘 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내 연주에도 그런 생각들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

Q. 2013년 통영국제음악제에 출연했다. 통영국제음악당은 2014년에 개관했고, 도이치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이번 공연이 통영국제음악당 데뷔 무대인 셈이다. 현재 자신이 기억하는 통영의 이미지를 말한다면?

사실은 외가 쪽이 모두 통영과 고성 출신이다. 어릴때 부터 많이 와보던 곳이라 편안하다고 느낀다. 통영에 오면 음식들이 다 외할머니가 만드시던 음식들이라 이질감 없이 행복하게 지내다가 돌아가게 된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과 바닷가 사람들의 에너지를 좋아하니까,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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