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6일 목요일

라이트모티프(Leitmotiv)

'라이트모티프'를 알려면 먼저 '모티프'를 알아야 한다. 모티프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하라:

☞ 주제(theme)와 동기(motif)
http://wagnerian.textcube.com/390

'라이트모티프'는 '이끄는 모티프'라는 뜻이다. 무엇을 이끄는가?

▶ 음악 밖에서 - 연상 작용

첫째, 극(drama)에 나오는 인물, 사물, 사건, 감정 따위를 떠올리게끔 이끈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사랑'을 느끼는 대목에서 음악으로 '사랑' 모티프 또는 테마가 나올 수 있겠다. 요즘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배경음악으로도 이런 기법이 곧잘 쓰이므로 낯설지 않을 터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라이트모티프'라 부르지는 않으며, 음악 밖에서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 모티프를 따로 '연상 모티프'(영어: reminiscence motif; 독일어: Erinnerungsmotiv)라 부르기도 한다.

▶ 음악 안에서 -  모티프 그물망

둘째, 다른 라이트모티프를 이끌어 그물망을 이룬다. 다시 말해 어떤 라이트모티프를 '변주'(variation)해서 다른 라이트모티프를 만들 수 있다. 이때 모티프 변주 기법은 베토벤한테서 물려받은 것이며, ☞바그너가 스스로 베토벤 후예임을 내세울 수 있었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음악학자 달하우스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상 모티프의 기능이 플롯 전개에 국한되는 반면, 라이트모티프는 오케스트라 전체를 감싸는 촘촘한 그물을 형성하며 매 순간 그 구조를 결정한다. 바그너 작품은 베토벤과는 다른 시간 설계를 바탕으로 하지만(그가 사용하는 주제(themes)는 기본적으로 "연상(reminiscence)적"인 반면 베토벤이 사용하는 주제는 "목표지향적(goal-directed)"이다), 이러한 그물은 베토벤이 주제를 다루는 방식과 한 가지 근본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균형잡힌 선율적 악절보다는 모티프의 논리에 의해 음악 형식이 이루어진다.

- Carl Dahlhaus, "Wagner's Conception of Musical Drama," in Nineteenth-Century Music, translated by J. Bradford Robinson.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Berkeley and Los Angeles 1989). pp.196-7.)

▶ 바그너 작품에서 라이트모티프가 가장 먼저 쓰인 작품은?

《라인의 황금》 (Das Rheingold)이다. 그 앞서 나온 작품에서도 씨앗을 찾을 수 있으나 음악 안에서 다른 모티프를 이끌지 못하므로 라이트모티프가 아닌 '연상 모티프'라 할 수 있다.

▶ '라이트모티프'라는 말은 누가 가장 먼저 썼는가?

'라이트모티프'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음악사학자 A.W. Ambros이다.[1], 그는 1865년 또는 그 앞서 ☞바그너 오페라와 리스트 교향시가 '지속적인 라이트모티프(durchgehende Leitmotive)를 사용하여 전체를 아우르는 한 차원 높은 통일성 확립을 추구한다.'라고 썼다. 이 용어는 그 뒤로 옌스(Friedrich Wilhelm Jähns)의 베버 연구(1871)를 거쳐 볼조겐(Hans von Wolzogen)의 ☞ 《니벨룽의 반지》 해설('반지' 전곡이 초연되던 해인 1876년에 출판)로 이어졌다. ☞바그너가 이 용어를 처음 쓴 곳은 1879년에 출판된 "음악을 극에 적용하기에 대하여(Über die Anwendung der Musik auf das Drama)"인데, '내가 아는 젊은 친구 하나[볼조겐을 가리키는 듯하다] … 그는 자신의 용어로 "라이트모티프"라는 것에 마음을 쏟았지만, 그것을 음악 구조를 이루는 요소보다는 드라마에서 나타내는 함의와 효과에 치우친 관점으로 다루었다.'라고 불평했다.[2]

▶ 모티프와 모티브

독일어 'Motiv'는 '모티'라고 읽으며 영어로는 'motif'라고 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말로는 '모티'라고 쓴다. 내 기억으로는 '모티'는 국어사전에 없었는데 최신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모티'도 나오더라. 김원철은 '모티'로 쓰기를 고집한다.

[1] T.S. Grey, Richard Wagner and the Aesthetics of Form in the Mid-19th Century (1840–60) (diss., U. of California, Berkeley, 1988)
[2] Arnold Whittall, "Leitmotif," The New Grove Dictionary of Music and Musicians, 2nd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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