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4일 금요일

드뷔시: 작은 모음곡 (Petite Suite)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북에 사용할 글입니다.


"말하자면 두 가지 아방가르드가 나란히 형성되고 있었다. 파리 사람들은 밝은 일상의 세계로 옮겨갔다. 빈 사람들은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성스러운 횃불로 무시무시한 심연을 밝혀 나갔다."

음악평론가 알렉스 로스 Alex Ross는 1900년대 유럽 음악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서 "빈 사람들"은 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 등을 가리키고, "파리 사람들"은 드뷔시, 사티 등을 가리킨다. '작은 모음곡'은 드뷔시가 1886년에서 1889에 걸쳐 작곡한 곡으로 비교적 초기 작품이지만, 본격적인 '파리 아방가르드'를 예견하게 하는 씨앗들을 이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드뷔시는 이 작품을 쓰던 당시에 폴 베를랭의 시에 매혹되어 있었다고 하며, '작은 모음곡'의 제1곡과 제2곡에 붙은 제목은 베를랭의 시 제목과 일치한다.

제1곡 '쪽배'(En bateau)는 달밤의 뱃놀이를 그린 곡으로 베를랭의 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달이 떠오르고 / 쪽배는 짧은 길을 따라 / 즐거이 나아가네 꿈꾸는 물 위를."

제2곡 '행렬'(Cortège)은 경쾌한 리듬과 더불어 거리 행진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베를랭의 시에서는 원숭이와 소년이 깡총거리는 모습과 여신의 토르소를 보고 앙큼한 생각을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우아하고 신비로운 제3곡 '미뉴에트'와 축제 분위기의 제4곡 '발레'는 동화적인 분위기가 앞선 두 곡과 어울린다.

이 곡은 본디 피아노 연탄곡으로, 앙리 뷔세르가 편곡한 관현악 또한 널리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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