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3일 금요일

윤이상: 협주적 단편 (Pièce concertante)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북에 사용할 글입니다.


한국 전통음악, 그중에서도 특히 정악(正樂)은 비트(beat)가 아닌 호흡으로 음악이 분절된다는 점에서 서양음악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 전통음악에서는 합주에 참여하는 사람마다 음의 시작이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함께 '숨'을 쉬는 일이다.

윤이상의 1976년 작품 《협주적 단편》(Pièce concertante)은 서양 현대음악의 겉모습을 하는 작품이지만, 살아 움직이는 음향층을 구성하는 개별음들이 생장하며 쉬는 '숨'에서 《낙양》이나 《예악》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한국적 조화로움이 느껴진다. 한국인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질 그 숨을 함께 쉬는 일은 연주자에게도 감상자에게도 중요해 보인다.

한편, 윤이상이 첼로 협주곡을 작곡하던 해에 이 작품을 썼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윤이상은 첼로 협주곡에서 처음으로 음악 외적인 '메시지'를 작품에 담기 시작했으며, 이때를 분기점으로 음악 양식 또한 큰 변화를 맞이한다.

음악학자 볼프강 슈파러 등의 분석에 따르면 이 곡에서 나타나는 악기군 간의 대비는 첼로 협주곡과 나란히 나타나는 양식적 특징이자 윤이상의 '협주곡 시기'를 특징짓는 요소이다. 불프 코놀트는 이 시기에 윤이상이 동아시아적인 요소를 강조하기보다 유럽 음악의 틀 속에 더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경향을 보이며, 이것은 그가 "유럽음악과의 마치 '이국적'이라 할 만한 교류를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작곡가의 전환기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리게티 실내협주곡(1969/70)을 닮았다. 윤이상은 어쩌면 바로 그 작품을 참고해서 《협주적 단편》을 쓰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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