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7일 화요일

탄둔: 여덟 가지 빛깔 (Eight Colors)

현악사중주를 위한 '여덟 가지 빛깔'은 내가 1986년 뉴욕에 와서 쓴 첫 작품이다. 어둡고 제의적인 노래, 극적인 구조, 음색과 셈여림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이 곡은 나의 이전 작품, 이를테면 (오케스트라, 성악, 베이스클라리넷과 콘트라바순을 위한) 《도교에 관하여》(On Taoism)와 비슷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우 다르다. 《멀리서》(In Distance) 및 《실크로드》와 더불어, 이 작품은 서양의 농축되고 서정적인 무조음악 어법을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시기를 대표한다. 나는 반복하는 법을 배웠고, 한편으로는 제2 빈 악파를 따르는 대신 내가 속한 문화에서 나온 내 방식으로 반응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중국 색채와 경극 테크닉에 이끌렸다. 이 작품은 매우 짧은 여덟 부분으로 되어 있고, 마치 같은 소재를 달리 발전시켜 그린 수묵화 연작을 닮았다. 서로 연관된 제목 여덟 개가 각각의 주제를 묘사하고, 일종의 제례 구조로 극(drama)을 형성한다. 나는 음색뿐 아니라 현악기 테크닉 또한 경극에서 가져왔고, 여성 배우의 발성과 불교적인 창(唱)을 도입했다. 이 작품의 어떤 대목에는 무조적인 음 조직의 그림자가 남아 있지만, 나는 내 문화에서 온 옛 소재를 새 소재와 섞음으로써 서양의 무조성 아이디어에 무언가 이바지하고 새롭게 하는 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후기 무조음악에서 나는 음악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 너무 쉽다는 위험성을 발견했다. 나는 내 문화에 열려 있고, 나 자신에게 열려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법을 찾고자 했다.

글: 탄둔
옮김: 김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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