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일 금요일

베토벤: 삼중 협주곡

베토벤 삼중협주곡의 정식 제목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C장조›이다. 협주곡에 독주 악기가 셋이나 나오는 특이한 편성은 바로크 시대 합주협주곡(콘체르토 그로소)과 일견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음악적 내용은 전혀 다르다. 세 가지 악기에 독주 선율을 넉넉하고도 균형 있게 배분하면서도 독주 악기마다 개성을 살려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가 작곡가에게 주어졌으며, 베토벤은 '삼중'으로 복잡하고 파격적인 짜임새로 문제를 해결했다.

1악장에서 솔로 악기에 의한 제시부는 관현악 제시부보다 두 배나 길고, 그 성격이 제시부라기보다 차라리 발전부에 가깝다. '진짜' 발전부는 상대적으로 짧으며, 발전부 시작은 그냥 주제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하는 수준이다. 베토벤치고는 충분히 '발전'하지 않는 발전부는 곡 자체가 그나마 덜 복잡해지게끔 하지만, 그런데도 이 작품이 오랫동안 실제보다 낮은 평가를 받게 받게끔 해온 원인이 복잡한 구성에 있기도 하다.

또 새롭게 등장했다가 구조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않고 사라지는 주제가 여럿 있어서 듣는 이를 더욱 헷갈리게끔 하는데, 이를테면 제시부와 재현부에서 독주 첼로가 강렬한 부점 리듬으로 박박 긁어대는 대목은 첼로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런 식으로 세 가지 독주 악기가 처음부터 충분히 균형 있게 돋보이게 되었고, 같은 이유로 재현부 또한 길고 복잡하다. 달리 생각하면 제시부와 재현부의 '유사-발전부'와 더불어 1악장에 발전부가 세 군데 있는 셈이기도 하다.

앞선 악장이 길고 복잡했던 만큼 2악장은 짧고 편안한 유절 가곡 형식이다. 아타카로, 즉 멈춤 없이 이어지는 3악장은 폴로네이즈 풍 론도(Rondo alla Polacca)이다. 경쾌한 리듬으로 꾸준히 달리는 짜임새로 제법 길면서도 1악장만큼 복잡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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