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7일 목요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인터뷰

통영국제음악재단에서 발간하는 매거진 『Grand Wing』에 실린 글입니다.


Q.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얻은 특전이나 달라진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

연주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소중했습니다. 콩쿠르를 하고 나서 계속해서 다른 곳을 다니며 저를 알릴 기회를 갖게 되고 또 그곳에서 만난 많은 분과의 인연도 값진 자산이 되었습니다. 또 항상 어느 곳에서 연주하든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쓰게 된 것도 절대 빼놓을 수 없죠.

Q.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허긴스' 바이올린을 쓸 수 있게 되었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는 1774년산 과다니니 바이올린을 후원했습니다. 지금 두 가지 바이올린을 다 쓰시는 건가요, 아니면 둘 중 하나만 사용하고 있나요? 연주자로서 느끼기에 두 가지 바이올린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빌려주셨던 과다니니는 2014년에 오디션을 통해 쓰게 된 악기였습니다. 과다니니를 쓰면서 여러 좋은 일들을 함께했고 특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때에도 이 악기로 연주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부상으로 지금 쓰고 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쓸 수 있게 되며 과다니니는 바로 반납을 하고 현재 스트라디바리우스로만 연주하고 있습니다.

과다니니는 모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소리가 나는 반면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볼륨의 레인지가 크고 깊고 화려한 소리가 납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악기를 써도 연주자 본연의 소리가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다니니나 스트라디바리우스 어느 것을 써도 제소리가 나기에 둘 중 무엇이 더 어울린다고 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때 겪어본 지휘자 마린 알솝이 궁금합니다. 어떤 장단점이 있는 지휘자인가요?

여러 지휘자분과 연주하면서 여러 가지 성향의 분들을 만나 뵈면서 크게 두 가지로 분리할 수 있었는데, 솔리스트가 프레이즈 처리 등 상상할 수도 없는 곳에서 루바토를 하건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일일이 맞춰주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오케스트레이션의 범위 내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으시는 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마린 알솝 같은 경우에는 그 전에는 쉽게 접해볼 수 없었던 에너지를 지니신 분이었습니다. 솔리스트의 음악에 끌려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본인의 음악만 고집하지도 않으셔서 적당히 연주자와 지휘자 오케스트라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면서 집중력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Q. 콩쿠르 우승 직후 중앙일보 김호정 기자는 근성, 성실함, 무게감, 안정감, 집중력 등의 단어로 임지영 씨를 표현했습니다. 김남윤 선생님도 임지영 씨를 노력파로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다른 장점이 또 있을까요?

글쎄요… 특별히 장점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생각한다는 것? 가끔 현실이 촉박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음악은 정말 끝이 없고 예민하고 무한한 작업이기는 하지만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고 긴 일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너무 순간에 집착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가두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럴 때 크게 생각하려고 하는데 그게 저 자신한테도 많은 것을 받아들일 여지를 갖게 되고 좋더라고요. 특히나 앞으로 길고 행복하게 음악 하려고 하면요.

Q. 소위 '김남윤 사단' 또는 '김남윤 악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에서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요?

김남윤 선생님께서는 수많은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를 배출하셨고 항상 선생님의 그런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어릴 때 자주 선생님 제자들과 마스터클래스나 캠프를 가면 선생님 제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온 학생들도 있는데 그곳에서 다 같이 연주 같은 것을 하면 눈감고도 누가 김남윤 선생님 제자인지 구분할 수 있어요. 그 정도로 선생님 음악은 누가 해도 납득이 가는 음악입니다. 많은 분이 국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Q.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훌륭한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다이얼로그 세션을 하거나 많은 실내악 등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레슨을 받는 형식이었다면 이곳에서는 얘기하고 서로의 연주를 듣고 의견을 나누는 형식이라서 ‘나’ 스스로 하는 음악보다는 같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Q. 한 곡을 연주하기 전에 어떻게 준비하시나요?

특별한 루틴이 있지는 않습니다. 전에 연주한 경험이 없는 곡이라면 악보를 공부하고 핑거링이나 보잉 여러 가지를 시도한 후에 제 것으로 소화하려고 합니다. 연주를 자주 했던 곡들은 더 다지는 연습을 하는데 저는 오히려 이 작업이 더 신경을 많이 쓰는데 조금이라도 타성에 젖은 연주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Q.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생각하는 비발디 ‹사계›는 어떤 곡인가요?

바이올리니스트 이전에 특히 한국 사람이라면 거의 가장 쉽게 접하는 음악 중 하나라고 꼽을 정도로 친숙한 음악이죠. 그 정도로 많은 분이 사랑하는 레퍼토리이기 때문에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반갑기도 하면서 더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네요. 개인적으로 비발디의 ‹사계› 는 지극히 인간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봄이 와서 새가 노래하고 여름에 폭풍우가 오고 가을에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겨울바람 이런 요소들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토픽이기 때문에 하나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Q. 이른바 '역사주의 연주'(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가 내놓은 성과 가운데 받아들일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10명이 연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모두 각기 다른 주법으로 연주를 하는데 그 중 비브라토와 활의 쓰임이 가장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떤 연주자는 거의 비브라토를 사용하지 않고 바로크 활로 연주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어떤 연주자는 프레이즈 연결을 비브라토와 활을 더 레가토로 써서 연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또한 바흐나 비발디 같은 바로크 음악에서는 더욱 어떠한 스타일로 연주할 것인가에 관해서 고민을 했었는데 ‘어떠한 것을 더 받아들이느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더 모든 사람이 수용할 수 있는 연주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하나요? 독주곡 중에서는요?

저는 매번 달라지는 스타일입니다. 보통은 제가 연주하고 있는 곡을 가장 좋아하는데 저는 제가 그 곡에 빠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윤이상 곡을 전에 연주해 본 일이 있나요?

아직 경험은 없지만 기회가 있다면 앞으로 연주해보고 싶은 목표는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새로 발견하게 돼서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Q. 한가한 때에는 뭘 하시나요?

집에서 일상적인 것들을 하거나 언어를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독일로 이사한 지 1년이 지났는데 1년 동안 너무 바빠서 독어를 배울 시간이 없었거든요. 올해는 시간이 나면 독어를 배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Q. 현재 단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레퍼토리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실내악곡 또한 연주할 기회가 있다면 가능한 참여해서 공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통영 관객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일단 처음으로 통영에서 연주하게 되어 매우 설레고 저의 멘토이신 김남윤 선생님 그리고 많은 훌륭한 음악가분들과 함께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특히나 많은 분이 사랑하는 ‹사계›로 처음 통영 관객분들께 선보이게 되어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연주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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